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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딸아이가 아직 한글을 몰라요(언어치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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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7.08.22 조회수 : 2472

장애아동지원센터치료연구사업-치료소개

 

 

    언어치료1(김유진)

    

6세 딸아이가 아직 한글을 몰라요

 

Q : 6세 의붓딸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딸아이의 친엄마는 아이가 3세 무렵에 세상을 떠났고, 제가 새로 가족이 된 지는 1년 남짓 됐습니다. 엄마의 손길을 한창 필요로 할 때 엄마를 잃은 까닭에 아이가 정서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을 찾았습니다. 저와의 관계도 상당히 좋아졌고요.

 

그런데 딸아이가 아직 한글을 모릅니다. 우리 아이는 가나다도 모르는데, 유치원의 같은 반 친구들은 대부분 한글을 읽고 쓰더라고요. 엄마가 떠난 빈자리가 영향을 미쳤나 싶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지요. 아이는 제가 가르치면 꼼짝도 안 하고 열심히 집중하며 들어요. 그래도 물어보면 답을 못하더라고요. 답답해서 이렇게 못하다가는 큰일 난다고 야단을 치는데 그럴 때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잘못했다고 빌어요.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부족하나마 친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한국교육개발원이 만 5세에 한글을 터득한 아이와 만 6세에 터득한 아이의 초등학교 기간 동안의 학업 성취도를 조사해 비교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무 차이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한글을 모르는 채 초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도 1학년 2학기가 되면 한글로 읽고 쓰고 국어를 공부하는 데 별 지장이 없었습니다. 학업 성취도는 초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는 차이가 나지 않았고요. 1학년 때 못하면 기가 죽지 않겠나 싶지만 그런 면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만 4~5세 아이들에게 야단을 치면서까지 한글을 가르칠 필요는 없는 것이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했습니다. 우샤 고스와미 교수 팀은 5세부터 글 읽기를 학습한 아이들과 7세부터 시작한 아이들을 10년 가까이 장기 추적했습니다. 놀랍게도 5세에 글자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7세에 시작한 아이들보다 더 낮았습니다. 읽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시기에 무리하게 학습을 시도하다간 장기적인 학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죠. 아이가 스스로 글자를 읽으려 하고 배우길 원한다면 가르쳐주는 것이 좋습니다. 굳이 미룰 필요는 없죠. 하지만 아이가 글자 학습을 싫어한다면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것이 옳습니다.

부모들이 많이 간과하는 것인데, 한글은 간단한 언어가 아닙니다. 소리를 작은 음으로 구분해 인지할 수 있어야 배울 수 있습니다. ''라는 글자는 ''''가 합쳐진 것이고, '''''''o'이 합쳐진 것입니다. 각각의 낱글자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글을 정확히 아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통글자를 그림 형태로 외우게 됩니다.

아이들의 머리에 통글자라는 불필요한 기억을 강제로 집어넣으면 장기적으로 학습에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말의 글자 조합은 수천 개 이상입니다. 통글자로 한글을 익힌다는 것은 수천 개의 글자를 각각 따로 외운다는 것이죠. 머릿속에 수천 개 글자의 모양을 입력해두고 어떤 글자를 보면 그중 무엇에 해당하는지 끌어내서 맞혀야 합니다. 이 과정은 비효율적이고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주 보는 단어를 통으로 외웁니다. 외우지 않은 낯선 글자는 읽어내지 못하고 넘어가죠. 그러다 보면 읽기는 귀찮고 피곤한 일이 되고 맙니다. 다행스럽게도 처음엔 통글자로 한글을 익힌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낱글자로 분해해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학습이 괜히 끼어드는 셈이고, 이것이 일부 아이들에겐 글 읽기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독서에 대한 거부감도 심어주죠.

 

부모마저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 아이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그저 아이를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세요. 또 책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세요. 이것이 어휘를 늘리고 언어를 발달시키는 방법입니다. 함께 놀이를 하며 상호작용도 많이 해주세요. 부모의 품 안에서 부모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아이는 서서히 불안을 내려놓고 자기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겁니다.

 

출처: 6세 딸아이가 아직 한글을 몰라요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우리아이 괜찮아요, 2014. 11. 20., 예담(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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