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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면역계 건강과 뇌건강은 연결되어있다. (미술-장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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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2.12.07 조회수 : 347

몸의 면역계 건강과 뇌건강은 연결되어있다.

 

 

양파를 썰다가 엄지를 베었다. 그러면 백혈구들이 마치 기동대처럼 순식간에 나타나 상처를 통해 침투한 세균에게 맹공격을 퍼붓는다. 동시에 망가진 손가락 조직을 고치는 것 역시 백혈구의 몫이다. 이때 엄지는 퉁퉁 붓고 화끈거리기 시작한다. 긴급 복구 작업을 위해 엄청난 수의 백혈구가 이곳에 집합하기 때문이다. 벌겋게 부어올라 욱신욱신한 느낌이 썩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건 내몸의 면역계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염증 반응이 늘 딱 적당하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너무 많은 환경 자극에 계속 시달린 백혈구 군대는 과민해질 수 있다. 결국 폭주한 백혈구 무리는 제 몸의 장기조직이나 관절, 신경을 남의 것인양 착각해 공격한다. 바로 이렇게 류머티스 관절염, 루푸스, 다발경화증, 1형당뇨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일어난다.

정상적인 염증과 자가면역질환 둘 다 사실상 어떤 신체 부위나 장기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관건은 백혈구가 적정선을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백혈구가 열심히 싸우지 않는다면 병원균이 넓게 퍼져 장기 기능이 마비된다. 심하면 패혈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 반대로 백혈구가 과잉대응한다면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당신을 지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도를 넘는 염증반응으로 스스로 제 몸을 공격하는 더 큰 사고를 치게된다. 그 결과는 평생 생각하지도 않았던 지병을 새로 얻는 것이다.

인체에는 이런 몸통 면역계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과학계가 100년 넘게 믿어 온 장기가 딱 하나 있다. 바로 우리의 뇌다.

그런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말이다, 정말로 면역계의 영향력이 뇌에는 미치지 않는다면, 몸의 염증을 겪은 뒤에 뇌에 변화가 생기거나 병이 나면 안되는 것이 아닌가. (내 경우, 시작은 바이러스성 위염이었다. 다행히 백혈구가 바이러스 감염을 누르긴 했는데 거기서 더 간게 문제였다. 신경줄기를 가싸고 있는 미엘린 수초막까지 망가뜨린 바람에 길랑바레 증후군이 새로 생긴 것이다.)

뇌의 염증 반응은 오직 머리외상처럼 밖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뇌수막염처럼 뇌조직을 직접 공격하는 감염병 등의 상황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경우가 아닌 한, 뇌가 저 혼자 염증반응을 시작하는건 불가능하다는게 그동안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몸의 면역계 건강과 뇌 건강이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증거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작디작은 세포 하나가 있었다. 이름하여 미세아교세포. 인간의 건강에 아무 보탬도 되지 않는다고 구박만 받고 한 세기 넘게 존재감 없이 잊혔던 이 꼬꼬마 세포가 실은 정신건강과 인지기능의 요체였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실은 애초부터 미세아교세포가 백혈구 역할을 하면서뇌 건강을 좌지우지해 왔다는 것이다. 인간들이 알아주든 말든 말이다. 또한 뇌의 미세아교세포가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몸의 면역세포들과 소통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아냈다. 그 말은 곧 몸에 염증이 생겼을 때 뇌에도 어떤 면역계 변화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더구나 뇌 면역계의 변화는 인지장애나 신경정신과 장애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위험하다. 뇌 면역계의 변화는 종종 시냅스와 뉴런의 연결 상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몸에는 병증의 신호가 전혀 없을 때도 말이다.

그렇다면 말이다. 더 이상 머릿속 건강 문제를 예전 방식으로 이해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세아교세포가 뇌를 재건할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우리에게는 뇌 건강과 뇌 질병을 해석하는 완전히 새로운 원칙이 필요해졌다. 기억하자. 뇌 역시 일종의 면역장기라는 것을 말이다.

 

 

 

참고문헌 : 도나 잭슨 나카자와(2021),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로크미디어: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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