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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제가아프면 안되죠-진성애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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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운영자 등록일 : 2006.12.07 조회수 : 3592


"제가 아프면 안되죠"…어느 복지사의 하루




(매일신문) 제가아프면 안되죠-진성애복지사



연일 평년 기온을 밑도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온몸을 파고드는 냉기에 이들( )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웃들이 많아졌다. 연탄이 없어 동상에 걸리기도 하고, 김치가 없어 맨밥에 간장을 비벼먹어야 하는 이웃들에게 너무나 반가운 이들. 바로 사회복지사다. 겨울엔 감기도 걸려선 안 된다는 이들과 하루를 함께 했다.



6일 오전 6시 30분. 이날 진성애(24·여·동구 신암동) 남산기독교복지관 사회복지사의 하루는 조금 일찍 시작됐다. 오늘은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가 예정된 날이다. 남산동에 있는 복지관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 꽤 시간이 걸린다. 다행히 어제까지 기승을 부린 추위는 다소 누그러져 있지만 그래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옷 틈새를 비집고 들어서는 바람 때문에 힘을 쓰느라 어깨가 뻐근하다.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출근해 제일 먼저 한 일은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쓸 장갑과 앞치마를 챙기는 일. 말이 100명이지 만만찮다. 오전 9시. 속속 도착한 봉사단들과 함께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기 시작했다. 김치 담그기 작업은 허리를 펼 겨를도 없이 3시간 동안 이어졌다.


낮 12시. 급하게 점심을 먹은 진 씨는 김치 박스 하나를 챙겨들고 도옥연(84·중구 성내동) 할머니네로 달려갔다. 할머니는 5년 전 연락이 끊긴 아들을 대신해 손녀를 키우고 있다. 도 할머니는 진 씨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맨발로 뛰어 나와 문을 열어줬다. 3평 남짓한 할머니 방은 그야말로 냉골이었다. "날도 추운데 뭐하러 왔어. 진 선생 감기 걸렸네." 할머니는 진 씨를 보자마자 감기가 걸린 것을 알아차렸다.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이 반복돼 감기에 걸렸지만 그는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아픈 줄도 모른다."고 했다.


"복지사는 감기 걸리면 안 돼요. 감기약도 제대로 지어먹을 수 없는 분들은 누가 돌보겠어요." 오히려 감기 걸린 자신을 탓했다. 김장 김치를 건네받은 할머니는 "진 선생 덕택에 올 겨울엔 반찬 걱정은 없겠다."며 고마워했다.


할머니에게 김치 10kg을 전달하고 곧장 복지관으로 돌아왔다. 오후 3시에 있을 빛깔반 수업 때문이다. 복지사 1년 차인 그는 지난 3월부터 장애아동의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하루 3시간씩 일주일에 4번 하는 이 수업은 행사가 많은 겨울철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는 "수업이 정신적 버팀목일 때가 많다."며 오히려 수업에 더 열중이다.


오후 7시. 미술, 음악, 극놀이의 3시간 수업이 모두 끝나자 진 씨는 녹초가 됐다. 하지만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줄 '따뜻한 옷 한 벌'을 위한 옷 분류 작업이다. 익명의 후원자가 보낸 옷가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그는 늘 고맙게 생각한다. 다음날 무료급식에 올 노숙자들에게 나눠주면 그들이 얼마나 좋아하는 지 잘 알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옷을 챙기다보니 벌써 늦은 저녁이다.


진 씨는 주섬주섬 퇴근 준비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힘들긴 하지만 늘 도와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드리죠. 다른 이들을 돕는 일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늘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나은 날이 될 것임을 믿습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기사 작성일 : 2006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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