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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마음-심층심리학이 전하는 그림책 이야기(언어-이금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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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4.11.04 조회수 : 33

 

그림책의 마음

- 심층심리학이 전하는 그림책 이야기 -

바우처사업 언어치료사 이금생  

 

1. 괴물들이 사는 나라

: 혼자가 되는 시간, 괴물을 만나는 시간

 

지금껏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아이의 내면의 분노와 폭력성을 판타지를 통해 해소하는 이야기 정도로 해석되어 온 듯하다. 그림책의 주된 독자가 어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설명이다. 센닥이 어린 시절 겪었던 좌절과 분노를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분노와 폭력성의 해소를 깊게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한 개인을 넘어 센닥을 집단적 무의식을 표현하고 이를 예감하는 매개자로 살펴본다면 한층 흥미로워진다. 센닥은 원형적인 상징들이 분출하는 거대한 하나의 마음을 들려준 이야기꾼에 가깝다.

 

내가 되는 외로움의 시간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표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별빛으로 가득 찬 밤, 나무들이 솟아 있는 섬에서 괴물이 고뇌하고 있다. 돛단배가 왼편에 보인다. 괴물이 홀로 외로이 앉아 있다. 아마도 외로운, 뭔가 낯선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현재가 답답하고 무기력하다고 느껴진다면, 현재를 넘어서고 싶다면,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표지에 그려진 괴물이 보여 주듯 혼자가 되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 깊은 무의식으로의 초대는, 나 스스로가 되기 위한 외로움의 시간은 내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여러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과 고민, 사랑의 아픔과 두려움 그 너머 어딘가에 눈을 감고 인생의 목적을 같이 알아 가기를 원하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다.

 

맥스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밤이 되자 맥스는 늑대 옷을 입는다. 늑대 옷을 입은 맥스는 기이한 행위를 하는데, 개를 포크로 위협한다. 제어되지 않는 맥스의 행동은 광기에 가깝다. 감정과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맥스는 도망치는 개보다 더 동물적인 상태이다.

누구나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평소와 다르게 조금은 엉뚱한 감정이 불쑥 솟는다. 왜 이럴까 싶을 만큼 어이없어 보이는 분노가 마음을 가득 채운다. 그럴 때 우리에게는 맥스의 늑대 옷이 필요하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돌아갈 때 우리의 영혼은 마치 태양 아래 서 있는 것과 같다. 태양 아래에서는 누구도 달과 별을 볼 수 없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다르다. 맥스는 혼자가 되었고, 창으로 달빛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혼자가 되면 꿈, 환상, 공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억울한 일을 겪었는데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화가 나고, 슬프다면, 맥스처럼 내면의 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맥스는 자신의 방에서 나무와 풀이 자라 숲이 되는 걸 보라고 말한다.

 

마음 속의 괴물을 바라볼 용기가 있나?

 

맥스의 방에서 자란 나무와 풀은 숲이 되고, 세상 전체가 된다. 맥스는 배를 타고 항해를 하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한다. 괴물은 야생적인 것이다. 맥스가 괴물처럼 보이는 동물과 만나는 것 또한 오랜 기간 유지된 자아 중심적인 삶의 태도를 파기하고 태초의 자기로 복귀하려 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맥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괴물들의 무서운 노란 눈을 응시한다. 괴물들을 겁주어 물리치거나 도망가게 하지 않고 단지 고요히 있으라고 한다. 맥스는 괴물들의 무서운 눈을 응시함으로써 괴물들을 길들일 수 있게 된다. 개성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무의식과의 접촉도 이와 같다.

진짜 나와 만나려면 두려움을 이겨 내고 어둠 속에서 나오는 온갖 낯선 것들을 마주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디오니소스의 축제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자!

 

글 없이 이어진 세 페이지의 펼친 면에서 맥스와 괴물들은 달빛 아래에서 춤추고 외치고 행진한다. 이 한밤의 소동은 곧 숨 막히는 절정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센닥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만들어 들려주는 음악에 맞추어 강렬한 템포로, 괴물들과 함께 빠른 박자와 이름으로, 정글 바닥을 진동시키는 주인공 맥스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광기, 축제, 황홀경 뒤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포도주와 생식력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원형이 있다. 그들은 디오니소스를 경험함으로써 단순한 규제나 관습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더 깊은 차원의 무엇과 접촉하게 되었던 것이다.

맥스의 귀환

 

모험 후에 돌아온 세상에서는 자신을 혐오하며 괴물 같다고 말했던 엄마 대신, 지친 몸과 마음을 채워 주는 따뜻한 저녁이 맥스를 반긴다. 영웅의 모험에서 영웅이 추구하는 목표는 보석, 공주, 구해 내야 하는 중요한 사람이나 동물 같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여행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영웅 자신의 변화이다.

맥스는 자신의 여행을 통해, 자신 안에 있는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거대한 괴물과 만나고, 괴물을 길들이고, 괴물과 같이 춤을 추고, 괴물과 함께 소동을 벌인다. 하지만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왕이기를 포기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와 화해하고 따뜻한 사랑을 발견한다.

 

 

 

<출처: 이나미, 조자현. (2020). 그림책의 마음. 서울: 다산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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