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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집중 관계를 형성하는 법1 (미술-장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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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1.06.14 조회수 : 873

초집중 관계를 형성하는 법1.

- 사회항체를 전파하자 -

      

 장애아동지원센터 미술치료사 장인숙


유감스럽게도 딴짓에는 전염성이 있다. 식사 중 누가 폰을 꺼내면 그게 외부자극이 되어 곧 다른 사람들도 폰을 보느라 대화가 흐지부지된다. 심리학계에서 사회전염이라 부르는 이 현상은 약물복용, 과식 같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는 아무리 살을 빼고 싶어도 형제나 친구가 옆에서 자꾸 초콜릿 도넛을 먹으면 체중을 관리하기 어렵고 나는 디지털 기기를 덜쓰고 싶어도 가족과 친구가 폰을 자주 본다고 나를 외면하면 이 습관이 잘 바뀌지 않는다. 이렇게 타인이 우리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어떻게 딴짓을 다스리고 다른 사람들과 알찬시간을 보낼수 있을까? 어떻게 딴짓하는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수필가이자 발명가인 폴 그레이엄은 새로운 유해행동이 등장하면 그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사회항체가 등장한다고 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를 보면 1965년 미국 성인 중 42.4%가 흡연자였는데 2020년에 그 비율이 12%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흡연율이 급감한데는 물론 법적 규제가 크게 작용했다. 과거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라는 말이 유별나고 자칫하면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어느 집이든 집안에 재떨이는 찾아볼 수가 없고 건물전체가 금연구역이라는 안내문은 전혀 새롭지 않다. 단 한 세대만에 이렇듯 흡연규범이 급격히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레이엄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 몸이 해로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항체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 딴짓을 하는 행위가 만연한 현실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도 사람들 앞에서 폰을 확인하는 행위 등 딴짓을 금기시하는 규범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사회규범이야 항상 변하지만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건 우리 몫이다. 불건전한 행동이 더는 용인되지 않게 하려면 그 행동에 이름을 붙이고 확산을 방지하는 사회항체를 전파하는 수 밖에 없다. 흡연에도 통한 방법이니 디지털 딴짓에도 통하지 않을까. 저녁식사 모임에서 누군가 폰을 꺼내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면 두가지 선택지를 제시해서 폰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하자. 그 선택지란 첫째, 양해를 구하고 현재 폰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기상황을 수습하거나 둘째, 선선히 폰을 치우는 것이다. “폰보고 있네. 무슨 문제 있어?”같은 질문이면 된다.

 

이렇듯 사람들이 만날 때 딴짓을 유발하는 요인은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최신 기술만은 아니다. 식당의 대형 텔레비전도 역시 관심을 사람들에게서 떼어놓는 힘이 스마트폰 못지않다. 때론 아이들 때문에도 주의가 분산되기도 한다.

최근 모임에서 한 친구가 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힘들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그 집 아이 하나가 식탁으로 와서 주스를 달라고 했다. 화제는 바로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악의없는 침입도 중요하고 민감한 대화를 탈선시키는 힘이 있다. 다음번에 저녁을 먹으려 모였을 때 우리는 간식을 포함해 아이들에게 필요할 만한 모든 것을 다른 방에 넣어줬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누가 피나는게 아니면 어른들 이야기에 끼어들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뒀다. 폰 때문에 발생하든 아이들 때문에 발생하든 반드시 그 외부 계기가 우리를 지원하는지, 지배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아이들도 어른의 도움 없이 필요한 것을 알아서 해결하는 법을 배우면 좋고, 부모들이 대화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딴짓을 차단하고 친구에게 집중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아이들도 (악의없더라도) 타인의 대화에 끼어들어 관심을 돌리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함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사회항체로 흡연을 감소시켰듯이 사회적 관계에서 딴짓하는 행위도 줄일 수 있다. 친구나 가족과 딴짓을 다스리기로 합의하고, 우리를 지원하지 않는 외부계기를 하나씩 없애나가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딴짓의 전염이 저지될 것이다.

 

 

참고문헌 : 니르 이얄, 줄리 리(2020), 초집중, 로크미디어: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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